본문 바로가기

life style/내 생각

(7)
과자를 먹다 잘게 씹혀진 부스러기 한조각이 목에 걸렸다. 과자를 먹다 잘게 씹혀진 부스러기 한조각이 목에 걸렸다. 조금만 뒤로 넘겨보려하지만 내 목구멍 근육은 그 사이를 더 조일 뿐.. 이 때 혀가 극적으로 침을 내뿜어 미끄러지듯 부스러기를 감싸안았다. 그러고는 눈깜짝할새 흘러갔다. 이제 신경써서 과자를 씹어본다. 짭잘하고 고소한 단맛은 멈출 수 없다. 평균이 아닌 24개의 치아여도 좌우균형이 맞지않아 왼쪽치아만 힘을 써도 오물오물 계속 씹는다. 이 맛있는 과자를 어떻게 참을 수 있어. 아찔했던 순간들도 무뎌지겠지. 내 선택에 힘을 실어 계속 씹는다.
나는 섬에 도착했다. 밖에는 태풍이 불었고, 아무 계획없이 손에 집히는대로 책을 읽었다. 고요한 마을의 거센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창문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무언가에 쫓기지 않고 온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들이 오랜만이다. 혼자 즐기는 섬도 좋지만, M이 따라온 섬도 무척이나 좋았다. 우리가 머무는 동안 섬은 빛을 구름 뒤에 꽁꽁 숨겨두고 보여주지 않았지만 우리는 안개 속을 뚫고 지나갔다. 그리고 잠깐이라도 머물던 곳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서 이리저리 몸을 뉘우고 굴리고 담궜다. 그토록 원했던, 깜깜한 장작 사이의 작은 불씨가 커져가는 느낌이 들었다.
지하철 다이아몬드 머리 속이 혼잡한 날. 오른쪽 귀로는 에어팟을 꽂아 노래를 듣고 왼쪽 귀로는 지하철의 기계음을 듣기 위해 열어둔다. 창 밖에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에 눈을 둔다. 파스텔톤의 하늘과 푸르게 반짝이는 강이 보인다. 흘러가는 대로 멍을 때려본다. 수평을 이루던 하늘과 강이 어느샌가 기울어져 암흑에 떨어져버렸다. 밖에는 어둠이 깔렸다. 이것도 찰나의 순간이겠지만 어쩐지 길게 느껴진다. 다시는 올라갈 것 같지 않다. 정적이 흐르는 지하철에 눈을 옮겼다. 밝은 불빛 속에 보이는 의자의 일정한 패턴은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진 건가. 단순하게 반복되는 다이아몬드 모양에 멍을 때려본다. 그러기를 몇 분이 흘렀을까. 의자에 앉아있던 한 여자가 일어났고, 내 눈 앞에 다이아몬드가 넓게 펼쳐졌다.
여유 스페인 순례자의 길을 갔다온 주인공을 만났다. 친구가 빌려준 신용카드를 가지고 훌쩍 떠나버린 주인공은 한국에서 죽어라 일하는 친구를 떠올리며 미안한 마음에 최소한의 돈을 쓰기로 하며 900km의 순례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필요한 짐을 바리바리 싸갔던 주인공은 하루 이틀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가 되지만 오직 걷는사람에게만 침대를 무료로 내어주는 이 곳에서 걸을 수 밖에 없는 형편이기에 짐을 하나둘씩 버리기 시작한다. 여분으로 챙겼던 옷과 속옷을 버리고, 바디워시만으로 머리를 감고 몸을 씻고 빨래를 한다. 그렇게 무거웠던 짐을 버리고 지금 주인공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짐을 가지고 가벼워진 몸으로 길을 걷는다. 길을 걷다 지나가는 마을에서 주인공은 항상 커피를 사마신다. 하루 예산 5-7유로를 아끼고 아껴 ..
수건으로 머리를 감싸고 문을 열었다. 시선이 닿는 900정도의 높이에 파란색 모래시계와 노란색 모래시계가 있다. 노란색 모래시계를 집어들어 거꾸로 놓았다. 뻣뻣한 어깨를 괜히 펴보며 어디에 앉을지 생각하다 전등 아래에 살포시 몸을 놓는다. 코 안으로 낯선 공기가 들어오려하지만 축축한 수건에 가로막힌다. 나는 편안한 숨을 들이마시려고 한다. 눈을 감고 내 몸 안에 있는 차가운 공기를 반복적으로 내뱉는다. 뜨거운 공기에 묻혀 금방 알 수 없는 온도가 되어버리지만 나는 편안한 숨을 내쉬려고 한다. 검은색 덩어리가 강한 열기를 내뿜고 있는 열심히 편안하지 않은 곳에서 나는 열심히 편안한 숨을 쉬려고 한다. 내 차가운 숨이 낯설고 뜨거운 검은색 덩어리를 이길 순 없겠지만 이 공간에 섞일 수는 있다는 건 아니까 내..
낮잠 온전하고 아늑한 방. 가만히 앉아 햇살을 받고 있으면 슬금슬금 잠이 온다. 빠져드는 졸음에 '오늘은 이래도 돼'라며 눈이 저절로 감긴다. 단잠에 빠졌다. 차분한 노래와 숨소리같은 바람이 난간을 타고 전깃줄을 넘고 방문턱을 넘어 우리집으로 들어온다. 가끔 탁탁 혹은 틱틱거리기도하는 이빨소리와 섞여 방 안에 앉는다. 나는 부드러운 아이스크림 꿈을 꾸고있다. 분명 초콜릿색인데 자기 전에 먹은 홍삼 냄새같기도 하고 아침에 맡은 꽃향기같기도 해. 아리송한 생각이 들 때 꿈이라는 것을 인지해버렸지만 꿈에서 그리 쉽게 깨지는 않는다. 얼마만의 낮잠인데 쉽게 깰 수는 없지. 아이스크림이 어디까지 퍼졌을까. 눈을 떴을 때는 흑화해버린 바람이 방안을 맴돌고 있다. 갑자기 겁을 주는 냄새가 느껴진다. 나는 방 안에 혼자있다.
블로그 시작 일상을 기록하고 나의 관심사는 무엇이었고 내가 어떤 목표를 위해 이만큼 노력했구나 를 나중에도 알 수 있도록 블로그를 시작한다!! 두둥 - 2021.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