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잠을 5시간 밖에 못잤던터라 잠이 밀려왔다.
마침 창 밖에서는 비가 내리고 꿉꿉한 기운이 집 안을 감돌았다.
이 정도면 오늘은 집순이 모드가 될 이유가 충분하다.
화장실을 가고싶을 때 화장실을 가고
눈을 감고싶을 때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땐,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다.
더이상 눈을 감아도 잠이 오지 않았다.
꿈벅꿈벅 눈을 뜨고 하얀 천장을 바라봤다.
몽글몽글하고 따뜻한 계란찜이 갑자기 떠올랐다.
급하게 몸을 일으켜 계단을 내려가 냉장고를 열었다.
계란 3개꺼내 그릇에 풀어 참기름을 조금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물을 조금 넣었는지 촉촉하진 않았지만 제법 부드러운 식감의 계란찜이 완성됐다.
계란찜을 먹으면서 유튜브를 보고 있는데 핫도그가 먹고싶었다.
비가 와서 시켜먹을까 했지만 한 번 나가보기로 한다.
대충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왔다.
생각보다 비는 조금 내렸고, 조금 걷다보니 비는 그쳤다.
평소 좋아하지 않던 체다치즈 핫도그를 시켜보았다.
한입 베어물었는데 튀김옷과 설탕 덩어리가 입 안으로 들어와
달달함과 바삭함이 뭔지 제대로 알려준다.
황홀한 첫입에 반해 계속해서 베어물다 어느샌가 느끼해졌고,
핫도그 소세지가 그다지 맛이 없다는게 느껴졌다.
버릴까하다 대충 입에 우겨넣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길에 있는 도서관이 눈에 띄었다.
도서관에 한 번 가볼까하는 생각이 든다.
실내로 들어가보니 푹신한 소파가 저 앞에 보인다.
내 몸은 바로 소파로 직행했다.
소파 옆에 위치한 책꽃이에서 아무책이나 집어들고 읽기시작했다.
지금의 나랑은 전혀 무관한 육아 코너였는데, 엄마가 아이들에게 영어 교육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책을 집어든 것이다.
음 영어라.. 어쩌면 아기수준의 영어실력을 가진 나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책 내용은 어린 아이들에게 처음엔 그림책으로 영어를 접하게 한다는 거였다.
문장이 많은 한 페이지보다, 한 문장에 집중한 그림이 크게 그려진 책이 아이들에게 직관적 이해를 줄 수있다는거다.
나도 그림책을 사볼까하며 당근마켓에 영어 그림책을 검색해본다.
재밌어보이는게 많지만 현금이 없다.
우선 구매는 보류한다.
그러다 좀 더 책을 읽다보니 눈이 감긴다.
한 번 두번 ...다섯번째 눈이 감길 때쯤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얼른 집에 들어가 손과 발을 씼고, 옷을 벗어던졌다.
침대에 누워 시원한 이불을 덮었다.
잠이 깼나 싶어 유튜브를 틀었는데 3분만에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휴대폰을 끄고 그냥 눈을 감았다.
오늘 하루는 그냥 걱정말고 잠이나 자자.